1992년 개봉해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러닝타임은 92분이다. 디즈니는 이 명작 애니메이션을 27년만에 실사(라이브 액션)영화로 만들었다. 러닝타임은 127분으로 35분이 늘어났다. 감독 가이 리치는 “너무 대담하지도, 그렇다고 기존의 것을 똑같이 재현하는 쪽도 아니되, 오리지널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느낌이 나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23일 개봉한 영화 <알라딘>의 줄거리는 전작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머나먼 사막 속 신비의 아그라바 왕국에 사는 좀도둑 알라딘은 우연히 시장에서 곤경에 빠진 자스민 공주를 구해준 뒤 연정을 품는다. 알라딘은 공주를 보러 왕궁으로 잠입했다가 왕국의 2인자인 마법사 자파의 눈에 띄고, 자파는 알라딘을 이용해 동굴 속에 숨겨진 마법 램프를 찾을 계획을 세운다. 자파의 음모에 빠진 알라딘은 동굴에 갇히지만, 램프의 요정 지니의 힘으로 곤경에서 벗어나고, 왕자로 변신한 뒤 자스민 공주를 찾아간다.
제목은 ‘알라딘’이지만, 애니메이션에서 실질적인 주인공은 램프의 요정 ‘지니’였다.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1951~2014)가 목소리 연기를 한 지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다. 지니는 애니메이션의 흥겨운 분위기를 시종일관 이끌어가고,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을 쥐락펴락했다.
영화 <알라딘>에서 램프의 요정 지니 역할은 윌 스미스가 맡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실사 영화로 리메이크하는 제작진이 가장 신경 쓴 캐릭터도 지니였을 것이다. 명목상 주인공인 알라딘(메나 마수드)과 자스민(나오미 스콧)에 비해 훨씬 더 지명도가 높은 배우 윌 스미스를 캐스팅했다. 래퍼로도 활동하고 유쾌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윌 스미스는 지니 역할로 아주 적절해 보였다.
그러나 윌 스미스도 로빈 윌리엄스의 짙은 그늘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윌 스미스는 랩과 같은 대사를 쏟아내고, 춤과 노래도 선보이지만 애니메이션의 현란함과 유쾌함을 재현하지는 못한다. 윌 스미스가 못한 것이 아니라 27년전 제작진과 로빈 윌리엄스가 너무도 잘한 탓이다.
영화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는 술탄 자리를 물려받고 싶어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가이 리치 감독은 2019년판 <알라딘>에 바뀐 시대상을 반영하려 애썼다. 원작에서도 독립적이고 씩씩했던 자스민 공주 캐릭터는 더 강해졌다. 자스민 공주의 아버지인 술탄은 훌륭한 왕자를 사위로 삼아 왕위를 물려주려 하지만, 자스민 공주는 왜 자신이 술탄이 될 수 없는지 묻는다. 캐스팅에서도 ‘화이트 워싱’ 논란을 처음부터 차단했다. 메나 마수드(알라딘)는 이집트 출신이고, 나오미 스콧(자스민 공주)은 인도계 배우다. 자파를 연기한 마르완 켄자리는 튀니지 혈통의 네덜란드 배우이며 자스민 공주의 시녀이자 절친인 달리아는 이란 출신의 미국 배우 나심 페드라드가 맡았다.
영화 <알라딘>의 한장면. 아그라바 왕국의 2인자인 마법사 자파 역할은 튀니지 혈통의 네덜란드 배우 마르완 켄자리가 맡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알라딘>의 댄 린 프로듀서는 “1992년 작 애니메이션이 완벽한 롤모델이었다. 여기에 좀 더 강화할 부분, 현대화 할 부분의 골조를 세우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조나단 아이리히 프로듀서 역시 “워낙 구성이 훌륭한 원작이고 놀라운 음악들이 가득한 영화다. 관객들이 사랑하는 요소들을 지키면서도 신선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지가 도전 과제였다”고 밝혔다.
디즈니는 최근 과거의 명작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리메이크 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에는 <정글북>을 내놓았고, 2017년에는 <미녀와 야수>를 다시 만들었다. 올해에는 지난 3월 <덤보>가 개봉했고, 오는 7월 <라이언킹>이 공개된다. <덤보>는 기대에 못 미쳤고 <알라딘> 제작진의 ‘도전’도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디즈니가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라이언킹> 역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